도착
날짜도 정했고, 장소도 찾았고, 기차표도 예매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 마치 프룸이 방투에서 두 발로 뛰어오르던 그 순간처럼. 그런데.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찾아왔고, 모든 일정이 취소될 뻔했다. 하지만 라이더들의 흔들림 없는 열정과 우리를 초대한 이들의 끈질긴 의지를 얕본 셈이었다. 두 달간의 봉쇄가 끝나자마자, 파리에서 기차에 오르는 순간 묘한 흥분이 우리를 감쌌다. 두 시간, 남쪽으로 600킬로미터를 달린 끝에 우리는 발랑스 TGV역에 내렸다.
목적지는 아르데슈. 론강 서쪽에 자리한 이 지방은 사이클리스트가 꿈꿀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차가 없는 도로, 그리고 아주, 아주 많은 고도차. 쉽게 말해 아르데슈에는 평지가 없다. 혹시 평지가 있었다면, 아마 그 자리에 고개를 하나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여기에 좋은 기후와 아르데슈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완벽한 조합이 완성된다.
매뉴팩처 Mercier의 공동 창립자이자, 아버지와 삼촌들이 1919년에 Mercier 사이클을 창립한 가문의 후손인 에밀 메르시에가 역으로 우리를 마중 나온다. 앞으로 사흘간 베이스캠프가 되어줄 독수리 둥지 같은 그곳까지는 차로 한 시간 남짓. 친구들이 빌려준 이 집은 놀랍다. 골짜기 깊숙이, 절벽 사면에 매달리듯 자리 잡아 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에밀이 그 내력을 들려준다. 친구네 가문이 400년째 소유해 온 이 집은 원래 오래된 방직 공장이었고, 강물이 직물 생산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물론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법. 우리를 맞이할 예정이던 두 채의 집 중 한 채는 공사 중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공사가 제때 끝나지 못한 탓에, 그 집은 우리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이번 체류는 서머캠프 모드로, 한 집에서 침대 하나에 두 명씩 나눠 자는 방식이 될 터였다. 자, 출발이다. 모험은 이불 한 채 너머에 있으니.
우리는 몇 주간의 봉쇄 끝에 마침내 다시 모였다는 사실에 벅차오르며 첫 저녁 식사를 함께한다. 우리는 이렇게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절실히 느낀다. 이틀 전 프랑스 남부에서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쇄골이 부러진 쥘리앙마저 합류했다. 그에게는 웃는 것이 유독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니 우리는 그를 웃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1일차
위협적인 빗줄기. 우리는 아침 식사를 든든히 챙기고 코스를 점검한다. 목적지는 페욜 고개. 아직 이른 시간이라 여유롭게 옷을 갈아입는다. Girs 브랜드가 테스트용으로 제안한 자전거들을 조립한다. 출발 전 마지막 커피 한 잔, 그리고 첫 페달을 밟는다. 그룹은 확실히 한판 붙어보고 싶은 눈치다. 오르막이 시작되자마자 페이스가 빨라진다. 그 대가는 하루가 끝날 무렵 치르게 될 것이다.
비현실적일 만큼 고요한 분위기. 몇 킬로미터를 달려도 차 한 대 마주치지 않는다. 프랑스의 봉쇄가 막 끝난 참이라 자연이 다시 제 자리를 되찾은 듯하다. 우리는 소리 없이 길 위를 미끄러진다. 이따금 지나는 마을들만이 문명이 그리 멀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하지만 이곳은 거친 자연 그대로의 아르데슈.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이곳 주민들의 삶이 그리 녹록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몇 시간 후, 우리는 정상에 도달한다.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골짜기에 숨어 있는 동안은 피해 있었던 바람이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며 서둘러 돌아가라고 재촉한다. 바람이 우리 쪽으로 몰고 오는 무겁고 검은 구름 떼가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든다.
내리막. 신중해야 한다. 얼마 전 폭풍우가 지나간 탓에 도로 곳곳에 나뭇가지가 널려 있다. 우리는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만끽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언덕들, 초록빛 보석함에 매달린 듯한 외딴 마을들.
생소뵈르드몽타귀로 복귀. 마침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자전거를 정비하고 아페리티프를 시작한다. 점점 거세지는 비가 내일도 우리의 자전거 축제에 함께할 기세를 보이며 우리의 흥을 살짝 가라앉힌다. 그렇다고는 해도 저녁 식사를 마음껏 즐길 핑계로는 충분했다.
2일차
비가 온다. 그것도 세차게. 우리는 이 둘째 날을 시작하기 전에 잠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린다. 에밀이 잘 아는 레스토랑을 점심 장소로 골라 두었다. 이미 절반쯤 지나간 하루의 목적지는 그렇게 정해졌다. 에밀은 자신이 고른 레스토랑을 두고 무척 재미있어하는 눈치인데, 그 이유는 나중에야 알게 된다.
다시 한 바퀴, 이번에는 비에 젖은 채로. 우리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연달아 이어간다. 크랭크를 한 바퀴 돌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이 리듬은 끝없이 반복될 것만 같다. 오르막 30분, 내리막 5분. 고맙다, 아르데슈.
앙트레그의 라 르미즈에 도착. 자전거를 내려놓기가 무섭게 주인인 이브와 그의 여동생 이베트가 우리를 맞이한다. 지어낸 이름이 아니다. 진짜로 이브와 이베트다. 믿기 힘든 장소다.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박물관에 가깝다. 주제는... 자동차 랠리! 사진, 레이싱 슈트, 헬멧이 사방에 걸려 있다... 수년, 아니 평생에 걸쳐 정성스레 모은 컬렉션이다. 벽에는 드라이버들의 사인이 담긴 사진과 레이싱카들. 포르쉐, 알피네… 모터스포츠 역사에 전설로 남은 차들이다! 라 르미즈는 이 지역 랠리의 수도라 할 만하다. 수많은 대통령들이 이곳에 식사를 하러 왔다고 한다. 오바마 부부와 트럼프 부부만 아직 이 코스를 놓친 듯한데, 이브가 자신의 인맥 수첩이 얼마나 두꺼운지 늘어놓는 열의를 보아하니 시간문제일 뿐이다. 
미남형 외모의 마르탱은 특히 이베트의 눈에 쏙 들었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그의 수프 그릇으로 이어져, 그녀는 쉴 새 없이 그의 그릇을 다시 채워준다. 저 젊은이한테 좀 먹여야겠다는 심산이다. 마르탱이... 채식주의자라는 사실은 굳이 밝히지 않기로 한다. 요리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우리는 큰 위안을 얻는다. 트러플 달걀, 근처 강에서 잡은 송어, 두툼한 스테이크(소고기), 이 지역 치즈들, 디저트(당연히 수제!), 커피까지. 우리는 배가 부르다. 배는 부르지만 지치지는 않았다. 마침내 비가 그치자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선다.
달린 거리가 늘어나고, 오르막이 연이어 이어지며, 끊임없이 바뀌는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마침내 우리는 이 골짜기의 정점처럼 보이는 곳에 다다른다. 오직 말들만이 우리를 빤히 바라보며, 이렇게 외딴 곳에 우리가 왜 와 있는지 눈빛으로 묻는다. 저 멀리 하늘이 군데군데 갈라져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온다. 그리 멀지 않은 곳, 이웃한 골짜기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듯하다. 고맙다, 아르데슈. 우리는 귀환길에 오른다.
베이스캠프로 복귀. 자전거를 청소하고 필요한 조정과 수리를 마친다. 물론 아페리티프도 빠질 수 없다! 아르데슈를 대표하는 요리, 카예트를 만나볼 기회다. 카예트, 그것이 곧 삶이다. 다진 고기와 허브를 섞어 오븐에 구운 요리로, 아페리티프 시간에 따뜻하게 즐기고 나면 저녁 식사를 위한 자리가 별로 남지 않는다. 고맙다, 아르데슈.
3일차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것. 마침내 그것이 나타났다. 태양이다. 처음에는 온화하게 열기를 다스리던 해가 아직 잠에서 덜 깬 아르데슈의 도로들을 데우기 시작하고, 사방의 숲에서는 안개가 피어오른다. 아스팔트마저 김을 내뿜는다. 습기가 증발하는 모습은 마치 도로를 덮고 있던 보호막을 벗겨내는 듯하다.
라이딩을 시작한 지 세 시간, 코스의 중반쯤에서 커피가 간절해진다. 아직 오전 10시밖에 되지 않았다. 언덕 사면에 매달리듯 자리한 한 마을 덕분에 우리는 페달에서 발을 뗀다. 마을 광장은 마침 장이 서는 날. 미식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은 타이밍이다. 우리는 카페 테라스에 자리를 잡는다기보다는 사실상 점령하다시피 하고,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긴다. 물론 대화의 대부분은 자전거 장비 이야기다.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서 이번 주말 중 가장 아름다운 골짜기 하나에 도전한다. 사진을 찍기에 더없이 완벽한 장소다. 이번 촬영을 기획한 또 다른 공동 창립자 알렉시가 사진작가와 함께 차로 합류했는데, 깜짝 선물도 함께였다. 바로 Mercier Service des Courses 자전거. 50년 전 투르 드 프랑스를 누비던 바로 그 모델과, 그에 어울리는 유니폼까지. 프랑크가 '자원자로 지명'되어, 프레임에 달린 변속 레버로 기어를 바꿔가며 이 빈티지 자전거로 오르막에 도전한다.
그는 점점 그 느낌에 매료되고, 굽이진 길목마다 지나간 듯하면서도 그리 멀지 않은 사이클링의 한 시대가 문득 되살아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 모두는 이렇게 Mercier라는 브랜드가 다시 태어나는 모습에 어떤 감동을 느낀다. 자전거에서 사이클링 의류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적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맥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바로 그 순간, 이미 풍부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거기에 우리의 몫을 보탤 수 있어 기쁘다.
오전 11시. 돌아가는 기차는 오후 중반에 있고, 우리는 이 자전거 주말을 아페리티프로 제대로 마무리할 생각이다. 그럴 자격은 충분하다. 햇살 가득한 골짜기를 따라 이어지는 마지막 내리막 구간에서 우리는 있는 힘껏 페달을 밟으며 교대로 선두를 잡는다. 계기판의 숫자가 치솟는다. 와트 수치가 쏟아진다. 그리고 안장 위에서 보낸 시간이 평소보다 더 밀도 있게 흘렀다는, 막연하지만 분명한 느낌이 든다.
베이스캠프, 정오.
카예트, 치즈, 로제 와인. 친구와 따로 라이딩을 다녀온 에밀이 합류한다. 그 역시 안장 위에서 몇 시간을 보낸 참이다. 우리는 그날의 라이딩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무엇보다, 쇄골이 부러진 채 집에 남아 있던 쥘리앙이 웃음이 몰고 오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몸을 뒤틀며 웃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을 위해 몇 가지 좋은 농담도 빼놓지 않는다.
고맙다, 아르데슈. 다시 만나자.
베르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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